재택근무 2년, 집에서 쓰는 장비들과 그 이유
재택근무 2년 동안 사고 후회하고 결국 남긴 홈오피스 장비들. 헛돈 쓴 이야기도 같이 적었습니다.
2024년 2월 첫째 주였습니다.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했고, 그날 퇴근길에 "이제 출퇴근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식탁 한쪽을 비우고 노트북을 올려놓았습니다. 마우스도 꺼내고 충전기도 꽂았습니다. 그게 홈오피스의 시작이었습니다.
2주쯤 지나서 목이 이상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식탁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때는 그냥 "자세가 나쁜가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기지개를 켤 때마다 목에서 뚜둑 소리가 났고, 어느 순간 아침에 일어나면 뒷목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결국 뭔가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게 이후 1년 반 동안 이어진 장비 사들이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잘 산 것도 있고 완전히 헛돈 쓴 것도 있습니다.
처음에 산 것들
제일 먼저 산 건 모니터였습니다. 27인치 FHD, 가격은 15만 원 초반대였습니다. 이건 잘 샀습니다. 노트북 화면만 보다가 큰 모니터를 연결하니까 작업 화면이 확 넓어졌고, 목도 덜 아팠습니다. 지금도 매일 씁니다.
모니터 살 때 IPS 패널이냐 VA 패널이냐 따지다가 결국 그냥 후기 많은 걸로 골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색 재현이 중요한 그래픽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15만 원대 FHD 모니터도 일반 업무용으로는 충분합니다. 처음엔 32인치도 고민했는데 책상이 작아서 포기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27인치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모니터 암을 샀습니다. 유튜브에서 홈오피스 셋업 영상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모니터 암을 달면 책상이 훨씬 시원해 보인다"는 말에 혹해서 3만 원대 저가 제품을 골랐습니다. 설치하는 과정에서 책상 상판에 흠집이 생겼고, 모니터를 올려두니 조금만 건드려도 각도가 흘러내렸습니다. 2주 뒤에 반품했습니다. 반품 배송비까지 합산하면 6천 원 정도 손해였습니다.
웹캠도 샀습니다. 화상회의에서 얼굴이 너무 어둡게 나온다고 팀장님이 한번 언급했는데, 그게 신경 쓰였습니다. 1만 6천 원짜리를 샀는데 노트북 내장 카메라랑 체감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몇 달 쓰다가 결국 5만 원대 제품으로 교체했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걸 살걸 싶었지만 그때는 얼마짜리가 괜찮은 건지 몰랐습니다. 1만 6천 원짜리는 지금 서랍 안에 있습니다. 박스도 그대로입니다.
키보드는 두 번 샀습니다
첫 번째는 무선 멤브레인이었습니다. 가격이 2만 원 초반이었고, 집에서 쓰기에는 무선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받아보고 나서 며칠 써보니 타건감이 도저히 적응이 안 됐습니다. 회사에서 기계식 키보드에 3년 가까이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멤브레인 특유의 물렁한 느낌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한 달 만에 저소음 기계식으로 바꿨습니다. 4만 원 초반대였는데, 그건 지금도 씁니다. 처음 산 키보드는 창고 구석에 있습니다. 반품 기간이 지나서 버리지도 못 하고 있습니다.
키보드 살 때 한 가지 배운 점은, 이건 직접 눌러보거나 소리를 들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겁니다. 유튜브 타건음 영상을 열 개쯤 봤는데 그게 실제로 내 귀에 어떻게 들릴지는 달랐습니다. 근처 전자제품 매장에 가서 직접 눌러봤으면 첫 번째 키보드를 안 샀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차이 났던 것들
노트북 거치대는 처음엔 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근데 모니터 암 반품하고 나서 대안을 찾다가 5천 원짜리 플라스틱 거치대를 샀습니다. 노트북을 눈높이 가까이 올려두니 목이 덜 아팠습니다. 모니터 암한테 3만 원 넘게 쓴 게 허무할 정도로 이게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클립형 모니터 조명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링라이트는 너무 부피가 커서 클립형으로 샀는데, 2만 원 정도에 화상회의할 때 얼굴이 확실히 밝아졌습니다. 웹캠 5만 원짜리 샀을 때보다 조명 효과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순서가 반대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었습니다.
모니터 조명 하나가 이렇게 효과가 클 줄 몰랐습니다. 화상회의 때 상대방이 "어, 오늘 얼굴 좋아 보이시네요"라고 했을 때가 정확히 조명 사고 나서 이틀 뒤였습니다. 얼굴이 좋아진 게 아니라 조명이 좋아진 것이었는데, 그냥 기분 좋게 들었습니다.
굳이 안 사도 됐던 것들
지금 돌아보면 안 샀으면 됐을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책상 매트는 어느 날 쇼핑몰 추천 상품으로 뜬 걸 충동으로 결제했습니다. 지금 창고에 있습니다. 꺼낸 적이 없습니다.
큰 마우스패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넓으면 편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L사이즈를 샀는데, 실제로 마우스를 그만큼 크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래 쓰던 작은 걸 다시 꺼냈고 큰 건 서랍에 있습니다.
케이블 정리 클립도 여러 개 샀습니다. 쓰기는 쓰는데, 솔직히 케이블이 많으면 정리 클립으로 어떻게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나중에 깨달은 건 케이블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지금은 충전 케이블 하나만 책상 위에 두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만 꺼냅니다.
USB 허브도 한 번 샀다가 반품했습니다. 포트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7포트짜리를 샀는데, 책상 위에 올려두니 너무 크고 케이블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3포트짜리로 바꿨고 그게 지금도 씁니다. 허브는 포트 수보다 위치를 어디에 둘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책상 끝에 케이블 타이로 고정해두니 훨씬 깔끔해졌습니다.
지금 책상 위에 있는 것들
27인치 모니터, 노트북 거치대,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 마우스, 5만 원대 웹캠, 클립형 모니터 조명, 3포트 USB 허브. 이게 전부입니다.
처음에 2년 전 식탁에 노트북만 올려두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었는데, 그 사이에 사고 치웠거나 아직 창고에 있는 것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잘 따져보면 헛돈이 15만 원은 넘었을 것 같습니다. 그때 그걸 알았으면 처음부터 모니터랑 조명이랑 키보드 세 가지만 샀을 텐데, 그걸 모르니까 한 번씩 사보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재택근무를 새로 시작하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많이 사지 않아도 됩니다. 한두 달 써보고 실제로 불편한 게 생겼을 때 그때 사는 게 낫습니다. 유튜브 셋업 영상 보면서 "나도 저거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순간이 오는데, 그 충동은 좀 참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유튜브 영상 10개를 보고 모니터 암을 샀다가 반품했습니다. 그 영상들에서 아무도 "저가 모니터 암은 진짜 별로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소음 문제는 예상 못 했습니다
재택을 시작하기 전에 "집에서 일하면 조용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위층에서 뛰어다니는 소리, 이웃집 반려동물 소리, 아파트 복도 소리가 사무실보다 오히려 더 자주 들렸습니다. 화상회의 중에 공사 소음이 크게 들어와서 상대방이 "무슨 소리예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어폰으로 해결하려다가 하루 여덟 시간을 끼고 있으니 귀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구매했습니다. 소니 WH-1000XM 시리즈로 갔는데 가격이 상당했습니다. 이건 지금도 사용 중이고, 잘 산 것 중에 모니터 다음으로 꼽습니다.
마이크는 웹캠에 내장된 걸 쓰다가 상대방이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별도 USB 마이크를 하나 추가했습니다. 2만 원대 소형 제품인데 화상회의 품질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웹캠보다 마이크가 더 영향이 컸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화상회의에서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잘 듣는 게 내가 상대방을 잘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의자 이야기는 따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자가 진짜 중요합니다. 모니터보다 먼저입니다. 저는 이걸 6개월 지나서야 깨달았고, 그 전까지 허리가 꽤 고생했습니다.
식탁 의자로 여덟 시간을 앉아 있는 게 얼마나 무리인지 몸이 먼저 알았습니다.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자세가 점점 구부정해졌습니다. 결국 쿠션을 하나 샀는데 그게 6개월 버티는 방법이었습니다. 메모리폼 의자 쿠션 2만 원짜리가 그나마 허리 통증을 줄여줬습니다.
좋은 의자는 아직 못 사고 있습니다. 에르고노믹 의자 중에서 많이 언급되는 제품들이 30~70만 원대인데, 아직 선뜻 손이 안 갑니다. 재택이 계속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자 하나에 50만 원을 쓰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지금은 동료가 추천해준 20만 원대 의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다음 과제입니다. 모니터, 키보드, 조명 다 갖추고 나서 의자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미뤘는데, 사실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의자가 맞지 않으면 좋은 모니터도 좋은 키보드도 의미가 줄어들었습니다.
재택을 시작하는 분이라면 첫 번째로 살 것은 모니터가 아니라 앉는 의자를 먼저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지금 쓰는 의자에 여덟 시간을 앉아있어도 괜찮은지 먼저 따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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